면도도 안한채로 나타난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사진)이 4일 망원경을 들고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보고 있는 모습과 미사일 발사 장면(오른쪽 사진)이 노동신문 등을 통해 5일 공개됐다. 이날 김 위원장은 수염이 나 있는 모습으로 참관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이 면도를 하지 않은 초췌한 모습을 북한 관영매체에 노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이 4일 동해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1년 5개월여 만에 도발을 재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북정책 ‘경로 변경’을 경고한 가운데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인 미사일 발사로 무력시위를 감행한 것. 대남 타격용 핵심 전력인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을 재개한 북한이 한국을 볼모로 한 노골적 압박에 나서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핵화 대화가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여부에 대해 유보하며 ‘로키(low-key)’ 행보를 이어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 위원장이 전날 동해상에서 진행된 화력타격훈련을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매체는 훈련에 동원된 무기에 대해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라고 밝히고 발사 장면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밝힌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요격을 회피하기 위해 고안된 러시아의 이스칸데르는 최대 사거리 500km에 이르며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이다.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쏘면 수도권은 물론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셈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거리에 상관없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대북제재 결의안 1695호를 채택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이날 미사일 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할 때까지 미사일 발사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 군은 4일 오전 9시 반경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가 40여 분 뒤에는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발표를 수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5일 뒤늦게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mm, 300mm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탄도미사일 발사 여부에 대해선 “정밀 분석 중”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신 관계부처 장관급회의를 열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이 조속한 대화 재개 노력에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일 경우 1년 5개월간 이어진 대화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훈련 참관 후 “전투력 강화를 위한 투쟁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 나가야 한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대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김정은이 북한의 대단한 경제 잠재력을 끝내거나 방해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