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업체 노동자로 살아가기
제가 이제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임시직(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지, 정신노동자든 육체노동자든지, 회사의 규모가 크던 작던지 상관없이 시급이 16불에도 못 미치치는 '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조언입니다. 나아가 5년 이상을 한 직장/업종에서 근무하면서 시급 30불 정도를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일을 시작할 때 부터 지금까지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우리 동포 노동자 중 40% 가량 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행태입니다.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잡일을 하면서 지난 3년여 간 10여군데의 회사를 다녀봤습니다. 두 군데는 이민족 회사였는데 대기업에선 정신노동을 소기업에선 육체노동을 했습니다. 시급으로는 초임이 둘 다 25불이 넘는 일이었는데 육체노동쪽 수입이 조금 많았었습니다. 반면에 우리 동포 중심의 회사들에선 최저임금인 시급 8불부터 20불짜리 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자리가 저임금 밖엔 없더란 말이지요. 물론 제 수준에서고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 속합니다. 당연히 해당 회사에 다니는 동포 노동자들의 십중팔구가 작금의 임금 현실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늘 이직을 꿈꾸고, 혹시 적은 자본으로 할만한 사업이 없을까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불만을 다른 이들끼린 몇 달,년이 지나도 해 본 적이 없다는 노동자들이 많았던걸 봐선 제가 그러한 생각을 들게해서 그런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만 사실이 이렇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어린 분들한테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많이 해 주었습니다. '저임금 노동자가 잘 사는 법'으로 상,중,하책이 있지요. 분명한 단서는 향후 10년을 일해도 이 사회 평균소득에 미치는 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없는 회사에 복무하고 있는 노동자들로 한정합니다.
최하책은 자신의 현실에 대해 아무런 비판적 견해 없이 자학하며 '난 최하 소득층 20%-시급 15불 이하(주 600불) 소득자의 다른 말입니다-에 속해도 할 말없음'이라는 심정으로 묵묵히/아무생각없이 사는 것입니다.
하책은 동료 노동자는 어떻게 되든 나는 그들보다 조금 더 받고, 받을 수 있으니 보스/경영자에게만 잘 보여 나만 급여든 여하한 대가를 잘 받도록 해야지란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는 겁니다.
중책/선책은 끊임없이 조금 더 급여 수준이 높은 일자리를 알아 보며, 더 나은 일거리가 있으면 현재의 직장을 떠날 궁릴 하는겁니다.
최선책은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경영의 투명성을 담보한 상태에서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가능한 몫을 가늠해 보고 그 만큼을 받아 낼 수 있는 노력을 하는겁니다.
이상의 방법들에 대해 약간의 코멘트를 덧 붙이자면, 최하책은 저도 할 말 없음이고요. 하책은 간혹 해당 노동자중 무모하게 혼자서 임금인상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다 보스에게 미운털 박힌 줄도 모르고 고단히 살다 대체제가 생기면 해고에 이르게 될 확률이 높은 측면에서 하책이 된 것이고요. 선책에 대해선 제가 얼마 전 취업이야기에 올린 '청소일로 돈벌이 하는 법'처럼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이니까 각자 알아서 하면 되고요. 최선책에 대해서 조금 길게 말씀드려야 겠습니다.
제가 지난 1년간 간간히 말씀드렸습니다. 노동자는 보스와의 힘의 크기에서 상대가 되지 않으니 여럿이 힘을 합쳐야 균형이 이뤄질거라고요. 그래서 자본 중심사회인 현대 국가들에선 그 진의가 어떠하든 노동자들의 단결과 단체행동/교섭권을 헌법등에 명문화 하고 있습니다. 민주사회의 기본이란 말씀입니다. 제가 부득이 '여럿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해당 노동자 '전부'가 한 목소리를 내야 사업주측과 균형이 잡힙니다. 과학이지만 현실에선 선함을 다 좋아 하지 않으니 다수결로 해결하는 정도가 최선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은 최대한 여럿을 모아 단결해서 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나마 얻을 이익도 얻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개개 사업장이 디테일한 부분에선 다 다른데 제가 오랜 세월 인간의 행동 중 돈벌이에 천착해 연구를 해보니 노동자가 돈벌이 잘하는데는 제가 제시한 최선책이 최고임을 확증했습니다. 해당 노동자들에겐 지난하고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노동운동하는 분들을 숭고한 분들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일정정도 자신을 희생해서 비교적 작은(십수 명-수십 명) 사업장이라도 1년,2년,3년은 해당 사업장에 복무하면서 중간에 더 좋은 일자리든 기회를 마다하고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얘길하는 저도 젊어서 5년 정도 노동운동을 잠깐 해보다 포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에게 권하는 것은 그러한 노력을 함으로서 얻게되는게 임금인상이나 직접적인 처우개선 뿐 아니라 나를 희생해 남을 돕는 행위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평생을 살며 가장 큰 자산으로 남게 될 것이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 처한 현실에서 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하겠다는 건 안하는 거와 마찬가지란 말씀을 끝으로 지면 관계상이기도 하지만, 특히 젊은 분들에게 건투를 빌며 이만 마칩니다.